혼자서도 잘해요

아는 분의 아드님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해 그 분의 집안이 온통 시름에 잠겼다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들을 외국에 보내야 하나, 그러면 기러기가 되어야 하나 등의 문제로 고민해서 그런지
무척이나 수척해 보인다 요즘.

그 일을 두고 또 다른 아는 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같았으면 그냥 놔뒀을 텐데."

내가 어렸을 적에 "학교 가기 싫어"라고 이야기했다가 내가 친아들 맞나 싶을 정도로 혼났던 걸 생각하면,
1번 아는 분의 아들은 그야말로 황태자 대접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 나에게 "학교 가기 싫으면 엄마가 외국 학교 보내줄까?"라고 했으면,
나는 "엄마가 나 때문에 상심이 크셔서 맘에도 없는 말을 하시는구나" 하며 조용히 등교했을 것이다.
요즘 애들, 너무 애들처럼 자란다. 까놓고 말하자면 정말 '별꼴'이다.

어렸을 적 나는 정말 버려놓고 키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방목을 당하며 컸다.
어머니가 집에서 놀던 몇 년 빼고는 단 한 번도 숙제를 봐준 적 없고, 아침밥 빼고는 모두 내 손으로 챙겨 먹었다.
과외라는 건 알지도 못했으며, 학원도 고작 몇 달 다니다 만게 몇 번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아이의 양육에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욕한 게(원망한 게 아니다!) 부지기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부모님만의 그런 교육방식에 나는 무한한 존경심을 가진다.
정말 쓸데 없는 잡다구리한 거 빼고 '인사하는 법'이라든가 '정직하게 사는 법', '이쁘게 말하는 법' 
혹은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법'등 꼭 필요한 건 잘 가르쳐주셨기 때문이다.

하루는 너무 서울 구경을 하고 싶어 어머니께 "이모한테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가 엄청난 구박을 들었다.
"전화 한 통 못하는 놈이 나중에 커서 뭐는 할 수 있을 거 같냐?"
맞는 소리다.
언제부턴가 그래서 나는 손윗사람에게 입바른 말 하는 걸 꺼리지 않게 됐다.
좀 싸가지 없게 보일 지는 몰라도 난 내 양심에 비춰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
입바른 말을 하려면 내가 다른 사람한테 흠 잡힐 짓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다른 이유는 내가 보인 (내용은 맞으나 형식이 틀린) 예의 없는 행동에 용서를 구하는 방법도 배웠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굳은 뿌리를 세웠고, 가지며 열매는 스스로 부지런히 맺었다.
(물론 썩은 열매가 열릴라 치면 어머니는 가차 없이 약을 치셨지만...)
어떻게 약을 치셨나.
 
한번은 대단히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와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우쭐대며 다녔다.
어머니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아들의 모습이 좋아보일 리 없었다.
그래서 한 번 "껀수"가 걸린 날 목소리가 굵게 변해 클만큼 큰 나는 정말 떡이 되도록 맞았다.
"너 이놈의 새끼가 공부 좀 한다고 버르장머리가 없어. 니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어."
속으로 욕도 하고, 다 컸다는 생각에 자존심은 있어 죄송하다는 소리 한 번도 안 했지만...
나는 안다. 확실히 그 날 맞지 않았으면 난 재수 없게 거드름이나 피우는 말종이 됐을 거라고.

제 앞가림 해야 할 법한 애들 아닌 애들이 앵앵거리면서 다니는 것 보니 하도 부아가 치밀어 몇 자 끄적여봤다.
하긴 별 시덥지 않은 어른 "새끼"들이 있는데 하물며 그 아이들이야.

by 靜中動 | 2009/08/19 17:23 | monologue | 트랙백 | 덧글(1)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